몬세랏, 1864년 8월 5일 (아침)
8. 5일 아침, 산은 잔치 의상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사냔꾼의 돌팔매를 피하는 한 마리 새처럼 내 님을 찾아 산으로 올라갔다.
님은 내가 당신을 기다리거나 찾도록 하지 않았다.님을 산 발치에서 만나 인사했다. "순결하신 동정녀여, 하례하나이다." 등등.
그분이 말씀하셨다. "이십 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성부께서는 나를 당신께 드리기 전에 나에 대한 당신의 충실성과 충성심과
사랑을 시험하시길 원하셨습니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당신이 잘 알고 있지요. 이제 성부께서 나를 딸로서,
내 신랑이 나를 신부로서 당신에게 내어 줄 시간입니다. 올라오십시오."
9. 올라가지 님은 나를 은둔소의 폐허 사이로 인도했다. 내 영혼은 올림을 받아 하늘의 예루살렘을 관상했다. 산은 영광으로
가득 찼다. 성부께서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시며 말씀하셨다. "이는 내 딸이요 네 딸이다." 그리고 성자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내 신부요 네 신부이다." 그리고 성령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성부와 성자의 사랑이다. 또한 너와 하느님의 딸 그리고
어린양의 신부를 은총과 사랑으로 결합시키는 매듭이다" (묵시 21,9-27). 그리고 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 아버지께서는 나를 당신께 딸로 주셨으니 나는 당신을 아버지로 여깁니다. 그리고 내 신랑이 나를 당신께 신부로
내어주셨으니 충실하고 성실한 신부가 되겠습니다.
- 당신은 베드라에서 똑 같은 말씀을 하셨는데요
- 예, 사실입니다. 그러나 당시 신부의 이름은 리브가였고 그것은 약혼이었습니다. 지금은 내 모습과 내 이름이 마리아임을 알립니다. 그때는 약혼 예식을 치렀으나 이제는 혼인 계약입니다. 그리고 증거로 이 표시를 드립니다. 앞으로 당신 자신의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었던 모든 불완전에서 자유롭게 될 것입니다. 당신 전부를 나에게 맡겼으니 앞으로는 당신 전부가 내 것입니다.
내 전부가 당신의 것인 것처럼 당신의 살, 당신의 피, 당신의 뼈, 당신의 몸, 당신의 영혼이 전부 내 것입니다. 우리는 일치하여
한 몸이 되고 또 한 몸의 지체들이 될 것입니다. 이 날은 당신 생애의 중요한 때이니 잘 기억하십시오.
당신은 흠잡을 때 없이 아름답습니다 (아가 4,7)
10. 나의 신부여, 당신은 흠잡을 때 없이 아름답습니다. 반듯하고 단정한 이마는 참으로 명철한 지성을 담고 있는 듯하여, 밤의 그림자나 암흑이나 어떠한 불가사의가 아무리 깊이 감추어져 있어도 당신의 신비한 눈길 앞에서는 가려질 수 없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언제나 위대하고 뛰어나고 탁월합니다. 당신의 마음에는 순수한 사랑이 있어 불처럼 타오릅니다. 당신의 모든 구성원과
지체들 중 스스로 완전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고, 또한 모든 신적 완전성이 당신 안에 반영하여 당신을 더 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만듭니다. 당신의 두 눈은 마치 수정같이 티 없이 맑으며 순수하고 순백의 빛처럼 생기 있으며 당신을 사랑하는 이와 당신이 사랑하는 이에게 무한한 아름다움과 비할 데 없는 사랑스러움을 보여 줍니다.
내 누이, 내 신부여, 나는 넋을 잃었다.
그대 눈짓 한 번에 그대 목걸이 하나에,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 (아가 4,9)
11. 내 님이여, 내 신부여, 내 누이여, 당신은 내 가슴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었습니다. 단 한 번의 눈길로 당신의 생각을 내게 드러냄으로써 이 비천한 인간이 당신을 알도록 하였습니다. 당신을 보면서, 당신에게 눈길을 두고 바라볼 때,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당신의 현존에 사로잡혀 나는 포로요 노예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부드럽고 사랑스러우며 우아하고 매혹적인 눈길로 내게
당신 마음의 무한한 친절과 애정을 드러내 주었을 때, 내 가슴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습니다. 당신의 눈길로 나는 죽었습니다.
당신은 온전히 완전합니다.
12. 당신은 또한 무한히 사랑스럽습니다. 태양이 떠오르면 암흑이 물러나고 그림자들이 사라지는 것과 같이 당신 눈앞에서는
인간의 딸들의 그 어떤 아름다움도 빛을 잃고 맙니다. 아담의 딸들에게서 볼 수 있는 그 어떤 아름다운 것들도 당신의 영광과 풍요함과 위대함에 비하면 한 줄기 빛에 불과합니다. 내 처신이 당신을 언짢게 하지 않는 날이 오면, 그 날 나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마리아님은 우리에게 거록한 교회를 대표하는
가장 완벽한 전형이시다.
13. 교회란 내가 이 책에서 서술한 대로여서, 교회를 대표하고 동시에 교회와 우리를 이어주고 중재해 주는 한 여인이 필요하였다. 그분은 바로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시다. 이 때문에 하느님은 그분을 가능한 한 가장 흠이 없는 완전한 창조물로 만드셨다.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 1864년 (8월 24일)
깊은 밤의 그림자
14. 나는 거룩한 산에서 평화와 쉼을 누리고 있었다. 나는 무한히 아름다우신 동정녀를 향해 눈길을 두고 있었는데, 그분께 대한 사랑에 한계가 없게 해 달라고 간청할 정도로 그분은 아름다웠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천사들)은 물었다.
- 이 고독 속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가? -나는 대답했다.
- 아무도 찾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내 님을 찾아 헤매다가 마침내 찾았습니다. 님이 나를 찾아 오셨기 때문입니다. 이제 님을 소유하고 있고 님의 현존으로 만족합니다. 님은 당신들 가운데 계시며 나보다도 당신들이 님을 더 잘 보고 아시니 말씀해 주십시오. 네 님은 누구며 무엇입니까? 그분의 초상화를 나에게 주십시오.
15. 산들은 깊은 침묵 속에 잠겨다. 그 중 제일 높은 산이 말했다.
- 죽어 없어질 인간이여, 그대의 님은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오. 아담의 딸들 가운데 가장 곱고 가장 아름답다는 여인도 달빛에 반사돤 깊은 밤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서 그대의 님을 아름답게 하는 완전한 것들 중의 한 부분만을 나타낼 뿐이오.
인간의 딸로 태어났고 앞으로 태어날 가장 우아한 아가씨들조차도 그대가 우리에게 알려달라고 하는 동정녀의 영광과 위대함과 풍요함을 대강 그린 소묘에 불과하다오.
다산(多産)의 동정녀, 거룩한 교회여! 당신의 팔을 벌려 지상에서 당신을 향해 순례하는 이방인인 이 불쌍한 인간을 받아주소서. 여인은 당신을 나타내는 그림자입니다. 오, 그림자여 사라져라! 형상이여 없어져라! 그림자와 형상은 더 이상 오지 말아라! 너울을 걷고 실재를 보게 하소서. 너울을 벗은 당신 얼굴을 보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