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4년 성탄 전야
산따크루스 동굴, 1864년 16일
무시무시한 영상
18. 너무 어두워 바로 곁에 있는 물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칠흑 같은 밤이 연속이던 어느 날이었다. 내 영혼은 연 사흘째 긴장과 공포로 가득 찼다. 이 동굴의 고독이 두려움과 무서움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내 자신이 두려워 떨었고, 내 그림자에 공포를 느꼈다 불행한 내 신세 ! 당신이 없으면 의지할 데라고는 나 자신밖에 없습니다! 오, 나의 비둘기여, 어디 있습니까 나는 혼자입니까?
그의 발아래 스스로 낮출 생각으로 산자락으로 내려간다. 내 동굴 앞을 자나가는데 공포가 엄습하여 나는 들어가지 않고 묻기만 했다. “ 안에 누가 계십니까?” 공포를 주는 원인을 찾으면서 계속 걸어가다가 급류가 들이치는 곳에 도달했을 때 기도를 시작했다.
19. 어둠이 너무 짙어서 아무 물체도 잘 보이지 않고 어두운 그림자만이 있을 뿐이었다. 혹시 내 공포의 원인이 그 암흑 속에 있는 지를 알아보려고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어떤 검은 물체가 나를 향하여 오는 것이 보였다. 순간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소름이 끼쳤다. 영혼은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여 놀라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온힘을 다하여 질문하였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살아 계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묻습니다. 오, 그림자여, 대답해 주십시오,
그림자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렇게 다가오니 형상을 식별할 수가 있었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가 혹시 어둠의 천신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 고독한 사람이여, 두려워 마십시오, 나는 당신의 님이며 당신을 사랑하는 이입니다.
- 당신이라고요? 가능하기나 ..... ? 그럼 그 암흑은?
20. 그림자는 온 몸을 검은 너울로 덮어쓴 채 걸어오고 있었고 , 주위에 암흑을 물리쳐 자기 얼굴을 보게 하였지만 밤의 어둠속에서 보여 주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림자가 참으로 영원하신 하느님의 딸인 거룩한 교회의 형상임을 알았다. 그분의 현존은 혼란스러워 하는 나를 가라앉혀 주기는커녕 오히려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공포와 두려움에 빠뜨렸다. 그림자가 두려워 하지 말라고 다정하게 다독거려 주었지만 내 영혼은 여전히 공포에 질려있었다.
- 나입니다. 두려워 마십시오.
- 그래요, 당신입니다. 당신이기 때문에 두렵습니다.
- 왜 떨고 있습니까?
- 아, 나는 얼마나 불행한 신세인지!
21. 그만 울음이 터져 내 영혼은 말을 삼키고 말았다.
- 두려워 마십시오, - 강하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 상신의 님이ㅇ며 당신을 사랑하는 이의 현종이 두렵습니까?
- 당신은 내 님입니까? 아, 만일 그렇다면 얼마나 비참한 나인가요! 내가 당신을 사랑합니까? 오, 만일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내 마음이 온통 당신을 위한 사랑으로 가득 차 빈자리 하나 없다면, 오, 거룩한 교회여, 나는 두려움에 떨지는 않겠지요!
오, 부드러운 어머니시오,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순결한 동정녀여. 팔을 벌려 이 비참한 인간을 당신 품안에 받아주소서, 사랑이 충만한 당신 품안에서 당신을 끊임없이 사랑하겠사오니.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 오, 내 살과 영혼이 얼마나 떨리는지요! 눈앞에 놓인 심연이 보입니다. 공포에 떨게 하는 무시무시한 동굴이 내앞에 있음을 봅니다. 당신을 거역할 힘과 당신을 반역할 자유와 당신의 뜻을 무시하고 내 뜻대로 할 가능성이 내게 있음을 봅니다. 바로 이 힘과 가능성들과 당신 뜻에 반하는 내 뜻을 행할 자유가 나를 공포에 떨게 하는 것들입니다 그러하 ㄴ잠재력들 안에서 나를 우히협하는 무시무시한 형상들을 보며, 만일 그것들이 하는데로 내버려둔다면 나느 영훤한 죽음에 다다를 것입니다 나는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 가능할까요? 내가 당신을 항구히 사랑하리라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어여쁜 이여, 당신의 현존은 나를 지티게 합니다.
- 뭐라고요?
- 그렇습니다. 당신의 현존이 나를 지치게 합니다. 내 마음이 사별할 육신에 갇혀있는 동안은 충만한 사랑으로 당신을 소유하지도 수유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있는 잠재력과 빈자리의 놀라움과 공포와 두려움의 원인이 됩니다.
- 내 말을 믿습니까?
- 예, 믿습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고 ,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구원할 것이며,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구원받을 것입니다. 내 미래가 행복하리라는 희망은 당신의 말씀에 달려있습니다 내 의지를 무시하고 나를 구원해주십시오,
- 무엇을 하든지 내 뜻에 따르겠다고 언약하겠습니까?
- 당신의 뜻은 내가 완수해야 할 법입니다.
- 내 뜻에 당신의 의지를 포기하겠습니까?
- 포기합니다 내 의지와 맞서 싸우도록 도와주십시오. 내가 두려워하는 무서운 원수는 바로 내 의지니까요, 이 원수에 맞서서 나를 보호하겠다고 언약해 주십시오,
- 약속합니다.
-나에게는 당신 현존만으로 충분합니다. 당신의 그림자가 나를 보호해 줄테니까요.
- 내 그림자가 당신 영혼을 감쌀 것입니다(루가 1,35). ‘성령이 당신을 감싸주실 것입니다. “
- 어차피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그림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당신이 내게 자기 전부와 이지를 바쳤으니, 나는 며칠 안으로 당신에게 와서 나 있는 그대로 또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제대 상에서 당신에게 줄 것을 알려드립니다. 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십시오,
- 준비하고 있습니다.
- 좋습니다. 내일, 대림 제4주일에 당신에게 오겠습니다. 당신과 일치하여 우리 둘은 한 육신, 한 몸, 한 영혼이 될 것입니다.
- 오십시오.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1864년 대림 제4주일 (12월 18일)
거룩한 성체성사 중에 기뻐하다
22. 내 영혼이 비통함에 무겁게 짓눌려 공포와 슬픔과 의심에 가득 차 있었다. 분심이 들 경우에는 , 축성 기도문을 바친 후에 자녀다운 경외심으로 제대상의 예수님께서 현존하심을 애써 기억한다. 이제는 하느님의 아들을 다른 형상이나 개념 또는 관념이 아니라, 하늘과 땅과 연옥에서 교회의 거룩한 몸과 결합한 머리로서 보고 또 관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머리를 보면 거기에서 몸 전체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분의 몸과 머리는 단 하나의 존재이며 실재인 교회이다. 성체를 영할 때 내 신부인 교회와 결합함을 믿는다. 나는 거룩한 사랑의 행위로써는 머리와 결합하고 이웃에 대한 사랑의 행위들로써는 지체들과 결합한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아들과 그분의 아버지와 나의 관계. 이 모두는 항상 교회와 맺는 관계 안에 있다.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서적을 통해서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온통 뒤엉키고 혼란스런 동안에는 그저 전부 의심하면서 성서와 교부들과 교회의 박사들에게서 도움을 얻고 가르침을 받는다.
23. 이 날 예수님께서 제대 상에 나타나셨다.
- 오너라. 내 몸을 보여주겠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나는 너의 님이다.
-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이며,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이다. 나는 성체성사 중에는 교회의 머리로서 존재하며 여기서 교회와 나는 하나의 실체다, 이 진리를 의심하지 말고 믿어라. 현실과 진실의 세계에서 나는 교회와 하나이고 똑같은 실체다. 나와 교회 사이에는 어떠한 분리도 있지 않으며, 내가 있는 곳에 내 신부가 있고 내가 가는 곳에 교회가 온다. 사멸할 인간의 지성은 나와 교회를 따로 떼어서 이해하고 관상하고 바라본다. 이런 분리는 인식할 수 있고 지성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진리의 왕국에서는
윤리적으로 이런 분리는 실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지닌 지성으로는 나를 개인이요 개별로서 윤리체와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런 개념, 이런 관념은 생각 안에서만 존재한다. 보편적 진리의 빛은 내가 영광스럽게 되도록 예정된 몸 전체 또한 각각의 지체들과 결합하는 것을 지성이 인식하게 해주는데, 그 빛이 순수하면 순수할수록 더욱 더 명확하게 그것을 인식하게 해 준다. 너의 사랑하는 신부인 교회는 내 안에서 나를 통해 네게 말하고 나는 교회를 통해 말한다는 것을 믿어라
- 나의 하느님, 당신은 교회의 입을 통해 제게 말씀하십니까?
- 그렇다, 왜냐하면 인간 그리스도는 머리이며, 나를 사랑함으로써 그리스도와 결합한 이들은 지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의 하느님인 내가 네게 영원한 진리를 계시할 때는 교회의 입을 통해 말한다. 그러나 교회를 믿고 교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들어라. 교황이 말할 때는 교회가 말하는 것이다. 교황은 자기몸의 머리로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황과 그리스도는 단 하나의 머리이다.
24. 예수님은 이것을 모두 단 한 마디로 말씀하셨건만 나는 그 한 마디를 설명하는데 한 면을 다 채웠다. 그 말씀은 다음과 같다, “ 나는 너의 임이다,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이며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이다.”
영성체를 하고 물러 나와서 더없이 순결하고 청결하며 지극히 거룩한 동정녀들과 나의 관계를 갱신하였다. 그러나 내 사랑의 대상이 너무도 아름답다는 것을 발견하도록 해준 바로 이 빛은, 죄를 지음으로써 교회와 분리될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과 자유에 대해서, 즉 인간의 나야감에 대해서 알려 주고,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동굴들 안에서 더 이상 추하고 약할 수 없는 생각이란 생각은 모두 발견 하도록 해주었으며 나를 공포에 질려 전율케 하였다.
오소서, 오, 동녘에 떠오르는 영원한 빛이여. 오소서, 창조되지 않은 지혜시여, 오소서, 오, 만민의 왕이시여 오소서, 오, 임마누엘이여, 오소서, 오, 사랑의 하느님! 아, 그렇습니다. 당신은 이미 큰 능력을 가지고 저희를 구원하러 오십니다. 저를 구해주소서.
오, 아기 예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