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보라와 데보라의 군대
11. 봄날 오후 자연은 매혹적인 풍경을 뽐내고 있었다. 이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와 함께 왔는데
그들 머리 위에는 거룩한 가르멜 산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우리는 님에게 찬가를 부르며 두 본당의 경계선까지 나와, 믿음과 열광에 가득 차
우리를 기다리는 같은 숫자의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향했다. 노동자의 딸들로 구성된 합창단은
동정녀 성상(聖像)을 모신 가마를 메고 있었다. 나는 그들 뒤에서 걷고 있었다.
거기에서 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니 내게 말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나는 왼쪽으로 다가갔다.
“당신의 자리는 거기가 아닙니다.” 다른 쪽으로 갔다. 오른쪽에는 앞서 말한 성상이 있었다.
성상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들었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성상에게 물었다.
- 나는 데보라입니다.(판관 4-5장).
- 우리는 어디로 갑니까?
- 당신에게 한 마디 하겠습니다.
- 말씀하십시오. 당신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 좋습니다. 1844, 지금하고 똑같은 계절에 당신은 군인들 한가운데에 있던 일을 기억해 보십시오.
내가 한 마디 했었는데 당신은 너무나 잘못 이해했습니다.
- 예, 기억이 납니다. 잘 모르는 어떤 목소리가 “떠나십시오. 복음을 전파하십시오” 라고 나에게 말했지요.
- 그렇습니다. 나였습니다. 내가 당신을 구했지요.
- 예, 당신이 나를 구하셨군요. 인생이란 얼마나 환상적인가요! 나는 그리스도인 군단의 보병 대대를 만들어
무기를 가지고 하느님의 적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도는 좋았으나 그것은 환상이었습니다.
오, 님이여, 당신을 알지 못했으니까요.
- 그래요, 나를 알지 못했지요. 그러나 나는 당신을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내 자신을 숨겼는데도
그때 나에 대한 사랑은 참으로 미친 듯이 불타올랐으며...
- 예, 미쳤습니다. 내 사랑이 얼마나 미칠 듯하였는지!
- 당신 사랑은 너무나 미칠듯하고 원의가 너무 커서 죽을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당신을 죽음에서 건져냈고 당신은 살아 있습니다.
- 당신을 위해서! 내가 당신을 위해서 살고 있습니까?
- 예, 나를 위해 살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여기 이 섬에는 이 깃발 아래 싸우는 군인 이천 오백의 군대가 있습니다.
그들은 내 이름에 반대하는 원수들과 싸우고자 하는 열망이 너무도 강합니다.
보십시오. 얼마나 열정적인지, 얼마나 결심이 굳은지.
이 보병 대대가 얼마나 큰 믿음으로 일치하고 있는지! 사탄과 죄에 맞서 싸웁시다.
- 좋습니다. 얼마나 달라졌는지!
용감하고 아름다운 유딧. 승리
12. 이것은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을 기록한 글이다. 나는 사탄과 사탄의 권좌를 위협했던 가르멜의 무기,
즉 우리들의 깃발을 바라보며 걷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머리 위에서 펄럭이고 있는 깃발에서
마지막 때를 위해 따로 보존해 놓은 위대한 예언자 엘리야의 사명을 보았다.
(1열왕 18,19-46; 2열왕 4,23-25).
이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와 같은 숫자의 마을 사람들이 있는 언덕에 도착했다.
그들은 동정녀의 무기로 보호받고자 활기에 넘친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눈에 뜨이자마자 성상 안에 형상화한 동정녀가 내 마음에 보편교회의 선(善)에 관한 비밀을 말씀하셨다.
단 한 말씀이 내 마음에 새겨졌는데, 그것은 이러하였다.
“사탄과 그의 소송을 변호하고 지탱하는 권좌 는 이 무기들과 이 깃발 앞에서 쓰러질 것이다.“
나에게는 님이 오시고 내가 그분의 현존을 느끼면, 말씀하는 것에 귀를 집중하고 있는 동안에
내 마음은 어느새 사랑의 열정으로 넘쳐나고 곧 이어서 그이가 누구인지 알려고 찾는 습관이 하나 있다.
그리고 나서 대화가 바뀐다.
- 오, 더없이 아름다운 동정녀여, 당신은 누구십니까?
- 내 이름이 그리 중요합니까?
- 관심이 많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말해 주십시오.
- 나는 유딧입니다.
13. 유딧은 홀(笏)을 쥔 오른 손을 높이 쳐들어 거룩한 교회에 대항하여 전쟁을 벌이는
사탄과 결탁한 왕들과 왕좌들의 권좌를 가리켰다.
- 내 무기들은 그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 백성들을 맞이하러 오는 이가 나라고 그들에게 전하십시오.
-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이 유딧이라 말할까요?
- 나는 유딧입니다. 왜냐하면 불경한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잘라 버리는 일을
내 사명으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사명 때문에 나는 유딧입니다.(유딧 13,8-9).
나는 이 사람들의 어머니입니다. 내가 그들의 어머니이며 또 항상 동정녀라고 그들에게 말씀하십시오.
14. 우리를 기다리던 마을 사람들과 만났다.
내가 성벽 위나 성 위에 올라서 강의를 시작 하려고 할 때, 그분이 말했다.
“어머니가 자녀들에게, 여왕이 신하들에게 하는 것처럼
선교 활동을 하러 온 이는 나라고 그들에게 말씀하십시오.“
이 말씀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다.
예절이 끝나고, 마중 나온 새로운 마을의 사람들과 떠나려고 할 때,
나는 님과 다시 대화하기 시작했다.
- 당신이 데보라든 유딧이든 라헬이든 사라든,누구든 당신은 항상 같은 분이십니다.
- 예, 당신의 님입니다.
- 당신 없이 나는 얼마나 방황했었는지!
당신과 그 어떤 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지도 않고
당신을 찾고만 있었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입니다.
- 지금 나는 쉰 네 살인데 당신을 안 지 사 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당신 없이 내 마음은 얼마나 방황했었는지!
왜 내가 젊었을 때 당신을 계시하지 않았습니까?
그랬더라면 내 삶은 얼마나 달랐겠습니까!
내가 그리도 찾아 헤맸던 사랑하는 이가 당신임을 예측하는데는
당신 입술에서 나온 단 한 마디로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내 마음은 항상 내 님이 누구인지 물으며 당신을 발견할 때까지 뒤를 따랐습니다.
그러나, 아! 아무도 내게 당신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 당신이 나를 찾았기 때문에 내가 누구인지 당신에게 알려준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