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라
1865년 5월 10일 (아침)
베드라의 풍경
1. 이비사 섬에서 떨어진 만큼의 거리를 건너가려고 오르뜨 만(灣)(Cala de Hort)항구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배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을 때, 내 님이 특별한 형체 없이 내 곁에 있음을 느꼈다. 그는 말했다.
- 이 지상에서 이토록 나를 사랑하는 이를 가진 나는 얼마나 행복한지요!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나는 당신을 환영하러 온 당신의 님입니다.
너무도 흡족하고 영광스러워 내 마음에서 터져 나왔다.
- 오, 동정녀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여, 팔을 벌려 이 땅 위에서 순례하는 이방인이지만 당신을 갈망하는 이 가련한 아담의 후손을 당신 품에 받아들이소서! 당신께서 오시는 겁니까?
- 예, 당신이 마음 속에서 외치는 소리를 못들은 체 할 수가 없어서요.
- 내 말을 들으셨군요! 좋습니다. 이 고독한 산으로 함께 갑시다. 당신은 누구이며 이름은 무엇입니까?
- 내 이름은 마리아입니다.
-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십니까?
- 나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일치한 하늘과 지상과 지하에 있는 모든 성인들과 천사들의 무리입니다.
- 나의 신부여, 나의 비둘기여, 당신 팔을 벌려 당신을 보며 기뻐하고 싶어 탄식하는 이 불쌍한 인간을 품에 받아 주소서!
- 아직 때가 되지 않았습니다. 당신에게 전해 줄 말이 있습니다.
- 말씀하십시오.
- 당신은 산에서 혼자 있을 것입니다.
- 세상에! 어여쁜 이여, 당신은 이 뱃사공이 나와 동반해 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지상에서는 당신만이 내 유일한 동반자입니다. 거룩한 산이여, 당신 품을 열어 은신처에 이 가련한 인간을 받아 주소서!
베드라, 1865년 5월 10일
10일 오후
피정의 목적 : 기도
2. 활기차고 아름다운 오월의 오후였다. 내 몸과 마음은 긴 여행에 짓눌린 사람처럼 무척 피곤하고 지쳐 있었다. 그래서 쉬고 피로를 푸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았다. 생각하고 숙고하는 일은 피곤한 일이며 그러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종 이렇게 되풀이했다. “영원한 동정녀여, 동정이신 신부여, 아름다운 동정녀여, 당신의 팔을 벌려 그 안에서 내가 쉴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오, 거룩한 교회여, 티없는 동정녀여, 풍요하신 어머니여, 당신의 품에 이 아들을 받아들이소서!”
아무도 가 본 적이 없는 이 산의 그림 같은 풍경을 아주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산을 둘러싼 바다 심연에서 한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당신은 당신 소유의 집에 있습니다. 이 산은 사멸할 인간인 당신의 거처입니다.” 나는 대답했다. “예. 여기에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그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 집은 당신이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하느님 딸과 결합하게 하시려고 아버지께서 준비하신 것입니다.” “나도 그렇게 봅니다.” 거룩한 산이여, 나는 아주 지쳐 있습니다. 당신 품안에서 쉬게 해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