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싸움 초기에 나는 두렵고 떨렸다. 싸움은 참으로 끔찍하였으나 승리하리라는 확신이 너무도 명백하였으므로 내가 분명히 임무를 받았다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었다. 먼저 싸움에서 패한 마귀들이 싸움과 패소의 소식을 지옥에 전하자, 마귀들은 온통 소란을 피우더니 모두 힘을 하나로 뭉쳐 한 군단을 이루고는 싸움터로 달려왔다. 그래서 싸움이 치열해졌다. 용, 뱀, 사탄, 루치펠, 지옥의 마귀 두목들이 자기들의 온갖 교활함과 사악함과 권력과 지식으로 무장하여 덤비는 것이다. 이렇게 전쟁은 꼴을 갖추게 되었고, 군인들의 충성을 판단하시는 왕 중의 왕께서 명하신 모든 법에 따라서 전쟁을 시작하고 진행하였다. 믿음이 있으면 승리는 확실하다.
팔월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전도 휴전도 없이 투쟁을 지속하였으며, 비록 한 전투에서 승리하였다해도 곧바로 또 다른 전추로 이어졌기 때문에 나는 거의 숨돌림 틈이 없었다.
네가 속한 소대에서 혼자 남아 외로운 투쟁을 하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승리는 싸움을 지휘하는 무적의 여전사에게 있음을 선포한다.
3. 오늘, 지난 육 개월 간 있었던 싸움에서 행한 내 활동을 여왕에게 보고하려고 산에 오르는데 타락한 천사가 케루빔의 옷을 입고 나를 따라왔다. 그는 첫째 계급에서 쫓겨난 자들 중의 하나로서 유혹하는데 가장 능하다. 구름이 내 영혼을 푹 덮어버리는 것 같은 방식으로 아주 주도면밀하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로 갑니까? 그 산에서 누구를 찾습니까?" 나는 지쳐서 힘이 빠진 영혼에서 나오는 목소리로 헐떡이며 대답하였다. - 내 님을 찾아갑니다. - 당신의 님이 누구입니까? - 어여쁜 리브가를 찾고 있습니다. - 환상입니다. 환상! 당신의 그러한 생각에서 얻는 것이 무엇입니까? 덩신으 명예만 손상 될 뿐입니다. 마귀들과 싸우는 것은 부질없는 것입니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하느님께 봉사하는 일에 투신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누구를 부릅니까? 누구를 찾습니까?
4. 당신의 님은 당신 생각 속의 허상입니다.
나는 슬픔에 젖어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위를 향해 올라갔고, 영혼은 유혹하는 천사의 압력에 눌려있었다. 조금씩 쉬었다 걷다 하면서 꼭대기에 도착했다. 쉬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숲 속에 몸을 숨기고 풀 위에 앉았다. 아무도 나를 보지도 알지도 못할 곳에 혼자 있었다. 그렇게 혼자 있으니 마음이 사랑으로 들떠서 저절로 말이 나왔다. "오, 행복한 고독이여, 얼마나 가치로운지!"
5. 사랑이 나를 쉬게 내버려두지않고, 안에서, 마음의 지성소에서, 외치며 성령의 궁전을 온통 뒤흔들며 말했다. "사랑합니다. 내 님은 어디에 있습니까? " 천상의 빛이 내 영혼을 꺠웠으며 악한 천사는 도망가고, 천상의 빛이 내게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깨닫게 하였다. 1) 네 님은 하느님과 네 이웃이다. 2) 네 님은 영원하신 아버지의 유일한 딸이다. 하느님께서 너의 이웃들과 함께 윤리적인 몸을 이루며, 이웃들은 하느님 안에서 하나이다.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일치한 모든 이웃의 집회가 네 님이다. 3) 네 님은 하나이다. '내 비들기는 오직 하나 뿐이다'. (아가6,9) 4) 네 님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시다. 5) 성부는 교회의 원천이시다. 6) 성자는 네 님의 머리이시다. 7) 성령은 네 님에게 생명을 주는 영혼이시다. 8) 삼위일체는 네 님 안에서 당신의 모상을 새겨넣었으며, 그것은 하느님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9) 네 님은 삼위이며 하나이신 하느님 안에서 하나이다. 10) 네 님은 사랑이 있어서 너를 사랑하고, 눈이 있어 너를 보며, 지성이 있어 이해하고 혀가 있어 말을 하고 귀가 있어 듣는다. 11) 나는 교회를 믿습니다. 하고 그제야 나는 유혹자의 목소리에 응답하였다. 6. 가톨릭 신앙으로서 악한 천사의 암흑을 몰아내자마자, 나는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현존을 느꼈는데, 그 현존이 나에게 말하였다. - 당신의 사명은 시행하기 이전에 매일 오후에 이 산에 오면 내가 당신 마음에 말하겠습니다. 가능한 빨리 오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간구에 조용히 주위를 기울이며 혼자 있는 나를 숲 속에서 만날 것입니다.
2월 18일, 오후 산의 잔치 7. 팔월부터 지금까지 마귀들과 치른 싸움은 처절하여 나는 거의 쉬는 날이 없었다. 세상 사람들과 접촉하는 일이 위험하다면 마귀들과 밤낮으로 싸우는 일은 어떠하겠는가! 나는 전쟁에 지칠 대로 지쳤다. 내 영혼은 사방에서 호되게 얻어맞아 지치고 피곤하였다. 산에 오를 때, 나는 전쟁을 치른 병사와 흡사하였다. 비록 싸움터에서 전사하거나 포로가 된 것은 아니었으나 죽음의 투쟁에서 오는 피로는 정말 엄청났다. - 어디에서 옵니까? 고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말했다. - 지옥에서 옵니다. 마귀들과 온 몸으로 싸우고 옵니다. 하고 나는 대답했다. - 어디로 가며, 또한 무엇을 찾습니까? - 나는 하늘로 가고, 수방으로 가고, 고독으로 갑니다. 상처를 치료받으려고 내 여왕이며 능력이며 생명이 계신 곳으로 갑니다. 8. 숲에 도작하자, 나는 고통에 지친 나머지 나무 그늘 아래서 잠을 잤다. - 일어나십시오,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나는 당신의 사랑, 당신의 님, 당신의 생명, 당신의 건강입니다. - 당신입니까? 딸이여, 내가 지금 당신의 영광을 위해서 마귀들과 싸우고 있는 것입니까? - 예. 나는 당신의 딸이요 신부입니다. 일어나십시오, 당신과 함께 내 사랑을 갱신하겠습니다.
9. 나는 일어났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모든 무죄한 피조물이 영광의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싸움에서 승리한 자에게 영광! 동정녀들 중에서 가장 순결하며, 어여뿐 이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 영광!" 이라고 말했다. 나는 깨어났을 때, 새로운 용기와 힘을 얻었음을 느꼈는데, 이는 나를 부른 여인이 바로 용감한 유딧이었기 때문이다. 하늘의 모든 군대가 이 무적의 여전사와 함께 있고 하느님 왕국의 위대한 군능천사들이 유딧을 호위하였다. 유딧의 현존을 느끼는 순간에 나는 그분에게 사랑과 충성과 성심의 서원을 갱신하였으며, 유딧은 내 서원을 받아들였다.
10. 잠에서 깨었을 때, 내 영혼은 사랑에 빠진 약혼자처럼 행동하고 말았다. 보통 약혼자는 자신의 님이 방문하였는데 미쳐 준비가 안되어 흐트러진 자신을 보고 놀라서 얼른 도망가 숨어 버리고는, 보이지 않은 곳에서 홀로 단장하고 옷을 입고 치장을 하고 나서, 자신의 사랑과 충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 오는 자기 님의 방문을 환영한다. 그리고 모든 여왕 중에서 가장 우아하고 고상한 여왕 앞에 나아가기 위해 단장하고 준비하여 자기 님의 현존 앞에 다시 나타난다. 그런데 이처럼 피로 얼룩지고 흐트러지고 상처 입고, 전투하느라 군복이 찟긴 병사와 같은 상태에 있는 내 영혼은, 여왕 앞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흐트러져 있다는 사실을 돌연히 깨닫고 이렇게 말했다. - 당신의 현존 앞에서 잠시 물러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지금 나는 전장에서 흘린 피로 뒤범벅이 되어 지저분합니다. 마귀들과 싸울때, 그 사나운 자들이 내 옷을 전부 찢어 놓았으므로 나는 거의 알몸 상태입니다. 그래서 당신께 합당치 않습니다. - 아닙니다. 나는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 하고 그 때 여왕이 말했다. 그리고 당신을 호위하는 권품 천사들을 불러, 헐벗고 지저분한 그대로 나를 당신 면전에서 소개하시고는 그들에게 말했다. - 이 사람은 내 가장 용감한 전사들 중의 한 사람이다. 피투성이인 그를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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