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다
39. 한 시간 동안 기도하고 나서 동굴로 들어갔다. 빛이 없어도 그림자가 나를 따라왔으므로 길동무와 함께 달콤한 대화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한 여왕이 왕실에 딸린 사람들을모두 거느리고 가난한 우리 은둔소를 방문했다. 은둔자들은 모두 이런 방문에 어쩔 줄 몰라 하였고 나는 할 수 있는 한 융숭하게 그분을 대접했다. 그러나 은둔소에는 아무 것도 없어서 부족하기만 했다. 나는, 여왕이 이처럼 구차한 장소를 방문하러 내려오신 것에 놀라면서, 적어도 우리의 좋은 뜻이라도 받아 달라고 청했다. 우리의 친구인 주교님이 그분을 수행했는데 주교님 역시 아주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주교님께 내 일들에 관해 말씀드리려고 하는 순간 그만 작별할 시간이 되어 몹시 안타까웠다. 나는 그 안타까움에 그만 깨고 말았다. 잠에서 깨어날 때 내 길동무가 나에게 말했다.
- 당신의 여왕, 당신의 딸, 당신의 신부가 여기 있습니다. 그는 떠나지 않았으며 당신을 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말씀하십시오.
- 한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교회의 자녀들을 망치고 성전을 온통 불경의 소굴로 만들어버린 악마의 자식들, 사악한 인간을 당신 성전에서 하루빨리 쫒아내 주시라고 당신 아버지께 간구합시다.
- 금방… 기도할 시간입니다.
- 산꼭대기로 올라갑시다.
40. 산꼭대기로 올라가는데, 여인이 하느님 영광으로 충만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너의 딸이며 내가 몹시 사랑하는 딸이다." 그래서 나는 영대를 걸치며 아버지께 청원 말씀을 올렸다. "아버지, 영원하신 하느님, 사악한 인간이 온 세상을 지배하려고 도모하고 당신 성전에 침입하여 당신 딸을 모욕하고 마침내 당신 딸인 로마 교회가 홀로 버려졌다고 믿게 되는 고통, 언제까지 이 고통 중에 신음하게 하시렵니까? 하늘에 계신 아버지, 쫓아내소서. 당신의 집안에 있는 이 마귀의 자식을 가능한 한 빨리 쫓아내시고 그들의 유혹에서 당신 딸을 구하소서. 악과 파멸의 이 쓰디쓴 날들을 단축시키시어 당신의 거룩한 이름에 영광이 되게 하소서." 하늘에서 이런 응답이 왔다. "내 이름으로, 네 딸과 내 딸의 이름으로 떠나거라. 나가서 이 사악한 인간과 싸워라. 내 성전에서 이 마귀를 쫓아내어라.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