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이날 동틀 무렵, 산에서
제대상의 더없이 존엄한 성사 중에
하느님의 딸과 나의 관계
15. 아침 서광을 받으며 산꼭대기로 올라가면서, 내 옆에 어여쁜 리브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서로 인사하는데 그가 내게 힘차게 말했다.
- 당신이 청하는 바는 이것, 즉 내가 당신을 구원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을 구원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내 살 중의 살이요 뼈 중의 뼈요 내 몸의 지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당신을 구원하기를 원합니까?
- 그렇고 말고요! 예, 당신은 나를 구원하면서 동시에 당신 자신을 구원하고 당신의 살을 구원하며 당신의 피를 구원합니다. 그러므로 이미 나 자신을 주었지만 지금 내 온갖 비참함과 나약함과 무력함을 지닌 그대로 나를 당신께 줍니다.
리브가. - 그렇다면 좋습니다. 이 산꼭대기에서 내게 사랑과 정결, 충실과 순명, 가난과 성실을 맹세하십시오.
- 나는 당신에게 사랑과 성실, 정결과 순명, 충실과 가난을 맹세합니다. 오, 거룩한 교회여, 받으십시오. 아름답고 흠 없으신 동정녀여, 받으십시오. 나를 통째로 담고 있는 내 인격 자체를 예물로 받으십시오. 이 예물을 받아주겠습니까? 나를 좋아하나요? 나를 사랑합니까?
- 예, 나는 당신을 받아들여 내 것으로 삼습니다. 내가 온통 당신의 것이듯 당신은 내 것입니다. 당신을 구원하기 위하여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차례 기도하겠다고 약속하십시오.
- 그렇게 약속합니다. 얼마동안 할까요?
- 아침에 하는 한 시간 기도는 오로지 나와 관계를 맺는 데에 바치고, 저녁에도 한 시간 기도하십시오.
- 순명하겠습니다.
- 기도를 두 항목이나 둘로 나누어서, 첫 번째는 오로지 나와 올바른 맺는데 쓰고, 두 번째는 당신의 외적인 사목 활동에 할애하십시오.
- 알았습니다.
제대 상에서 누리는 기쁨
16. - 나는 매일 제대 상에서 내 전부를 사랑으로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거기에서 내 피와 몸을 주겠습니다. 당신이 내 몸을 먹고 내 피를 마실 때, 당신은 나와 결합하여 우리는 하나가 됩니다. 이런 내어줌이 사랑의 결합이라는 결실을 내기 위해서는 당신 자신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어떻게요?
- 첫째, 내 실존을 믿는 것입니다. 만일 나를 믿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에게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을 믿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며 당신의 님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당신을 내게 주는 것입니다.
17. - 그것을 이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첫 번째에 관한 일인데, 당신은 제대상의 성사 안에 계십니까?
- 예, 그리스도이신 내 머리가 거기에 기대어 계시고, 내 온 몸이 윤리적으로 거기에 있습니다.
- 나는 예수께서 그곳에 계신 것을 믿습니다.
- 나 역시 그곳에 있습니다. 머리가 있는 곳에 몸 전체가 있지요. 머리는 성사로서 거기에 있으며, 몸은 윤리체로서 있습니다. 이것을 믿습니까?
- 예, 믿습니다. 그러나 아직 너무 믿음이 약합니다. 두 번째에 관한 일인데, 당신이 내 님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즉 그리스도 하느님께서 내 이웃들과 함께 윤리적인 몸을 구성하시기 때문에 당신은 하느님과 이웃이고, 그래서 사랑의 대상은 이미 은총의 계명으로 정해져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내 님이며 나를 사랑하는 이입니다. 전자를 믿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후자를 믿기가 어렵습니다. 나는 과연 사랑 받을 만합니까? 하찮은 존재이건만! 내가 무엇이라고요? 당신은 한없이 아름답고 곱기 때문에 무한히 아름다운 것이 아니면 사랑할 수 없습니다. 내가 어떻게 그러한 원칙에서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내가 한없이 사랑스럽기는커녕 더없이 비천한 것이라 한다면, 어찌 당신에게 합당한 자라고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내가 당신께 합당치 못하다면 당신은 어찌 이토록 비천한 것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