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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머니의 '공동체 생활'
작성자 arbol
작성일자 2023-06-28
조회수 123

구순이신 우리 어머니는 요양원에 계신 지 이 년째이다.

일하지 않으면 몸이 아프시다던 어머니는 평생을 복숭아, 딸기 농사를 지으셨는데 여태껏 연골 주사 한번 맞지 않으셨다. 몸무게 50kg을 넘긴 적이 없는 작은 체구였지만(지금은 33kg이시다) 남자 두 명의 일을 하신다고 이웃집 사람들은 말씀하셨다.

 

생전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이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시는 시골 노인이 적응하기가 그리 쉽지 않음은 당연할 것이다. ‘공동체 생활이라면 대 선배 격인 딸의 시선으로 보자면 우리 어머니는 내가 경험하는 딱 누구를 닮으셨다. 속 불편한 말은 마음속에 넣어두지 못하시는 성미로 늘 나와 실랑이를 벌였는데 요양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느님이 진짜 계시냐?”에서 부터 시작해서 왜 내 기도는 안 들어주노?” 하시더니, 급기야는 기도 안 할란다. 이제 기도하는 것도 힘들다.”까지 왔다. 그래도 요양원에서 매일 올리는 일상의 사진을 보면 내가 만들어 준 기도 노트를 보고 계실 때도 있는 것을 보니 기도를 안 하시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안심이다.

 

시골에서 동네 어르신들과 모이면 우스갯소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시는 어머니시기에 여기서도 옆 할머니들과 잘 지내시라고 말씀드리면, “귀가 안 들리는 할마시들만 있는데 우째 이바구를 하노!”라며 격정을 내신다. 몹시 답답하심을 왜 모르랴. 어느 날은 어르신들 잔칫상을 차리고 있는 선생님들께 뭐하노? 제사상 차리나?”라고 물어보셨다는데 정말 어머니는 제사상인 줄 아셨을 것이다. 한 번도 어머니께 그리 푸짐한 잔칫상을 차려드린 적이 없으니.

 

공동체 생활에서는 꼭 누구 한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사람이 없어진다고 얕은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이 공동체 생활의 법칙이 아닐까 싶다. 어찌 나와 똑같은 생각과 습관을 지닌 이가 있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 각자의 개성을 선사하신 하느님께서 머쓱해 하실 일이지.

이런 공동체 생활에 대해 어머니께 열심히 설명해 드리지만, 이 생활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신다. “니는 행복하나? 나는 안 그렇다.” 시골 할머니의 행복에 대한 고민이 내 마음을 무너지게 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제는 집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지 않으신다. 이제는 당신이 담가놓은 된장이며 고추장, 마당에 풀이 나 있지 않은지 등의 걱정은 잊어버리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잘 모르겠다.

 


엄마와 나는 면회실에서 만남의 반 정도는 실랑이를 벌이는데, 이것이 나를 안도하게 한다. 맑은 정신을 지니고 있음에 감사드리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의 공동체 생활이 행복하게 막을 내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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