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빨라우 신부는 생애의 마지막 때인 1871년과 1872년을 자신이 창립한 공동체를 돌보며 지냈다.
그러나 이러한 가장 절박한 임무를 수행할 때라도 사도직 활동을 포기하거나 그의 소명인 관상생활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제나 베드라나 발까르까의 성 십자가 은둔소를 찾곤 하였다.
생애의 마지막 날까지 관상을 갈망한 것이다. 그는 끈기 있는 은둔생활과 함께 그의 영적 딸들과 아들들의 지도에 온갖 정성을
쏟았으며, 또 수많은 박해와 그가 당했던 기만으로 말미암아 실망하고 상처 받았던 바로 그 마음에 이제는 평화와 깊은 만족을
느꼈다.
그의 왕성한 활동력은 젊은 시절의 힘을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달랐으며 오히려 그의 엄격한 고행과 열띤 활동으로 인한 고통과 박해는 알게 모르게 건강을 해치고 있었다. 그는 이 세상을 떠날 때가 다가왔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지금에 와서 그에게는 단지 그가 창립한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 아직은 자신이 필요하다는 점만이 부담될 뿐이었다. 창립자로서의 임무에 대한 마지막 헌신은 페스트 희생자들을 간호하고 그들에게 영적 도움을 주고 있던 자매들을 돕기 위하여 우에스까(Huesca)에 있는 깔라상스(Calasanz) 마을로 여행을 떠난 것이었는데, 때는 1872년 2얼 마지막 주간이었다. 깔라상스로 가는 길에 그는 고향인 아이또나로 가서 그곳에 살고 있는 가족들과 수사, 수녀들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그는 이때 최후의 추억과 권고를 남겼으며, 마지막 이별을 고하였다. 그런데 그때 긴박한 일이 그의 활동의 중심지였던 바르셀로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따라고나(Tarrargona)로부터도 급한 요청이 있었기에 바르셀로나의 일들을 처리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1872년 3월 10일에 프란치스코는 서둘러 길을 떠났다. 따라고나에 도착 했을 때에 그는 이미 병들어 있었으며 탈진한 상태였다. 곧 병상에 누웠으나 상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창립할 수녀원의 영적 딸들이 창립자의 침대 주위에 모여 그의 임종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혁명으로 말미암아 그와 함께 가르멜 수도원을 떠나야 했던 사제들도 그의 곁에 있었다. 온갖 정성을 다하여 보살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어 갈 뿐이었다. 그는 수없이 갈망했던 그 시간, 그의 ‘연인’인 교회와 얼굴을 맞대고 바라볼 수 있는 때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의 하느님, 당신은 저의 운명을 바꾸어 놓으셨습니다.”라고 말을 남기고 운명하였다.
프란치스코 신부는 진심으로 순교를 갈망하였으며, 자기 자신을 보속과 교회에 대한 박해의 산 제물로 내놓았었다. 그는 그렇듯 열망하던 승리로 다가가고 있었는데, 지금은 단순한 폐렴 증상으로 침대에 누운 채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생애에서 겪어야만 했던 많은 변화를 그리스도다운 불굴의 용기로써 받아들였다. 그는 ‘연인(戀人)’인 교회와의 비밀스러운 대화 중에 절대적인 고독안에서 선종하게 하여 달라고 끊임없이 하느님께 간구 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사랑하는 딸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하느님의 섭리로 맞이하게 된 이 마지막 변화에 비하면 프란치스코가 격동으로 가득한 생애 내낸 겪었던 변화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교구 신학생에서 가르멜 수도자로 전환, 가르멜 봉쇄수도원에서 세속으로 전환, 수도자에서 성직자로 전환, 설교가에서 구마자로 전환, 데레사적 가르멜 회원에서 전교 가르멜 창립자로 전환 등..., 참으로 험난한 신앙의 여정이었다. 하느님의 섭리는 그의 행로를 자주 바꾸면서 인도하시어 이 지칠 줄 모르는 투사가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전진을 계속하도록 하셨다. 그는 숨을 거두면서 성녀 데레사처럼, 아니 그보다도 더욱 교회적인 열성으로 고백하였다.
“동정 성모님과 그분처럼 정결한 개선교회의 팔에 안겨 쉬게 됨은 얼마나 감미롭고 안락하고 즐거운 일인가!”
